♤ 문학의닻별

겨울비, 하염없이/ 강인한

꼬맹이소나무 2016. 8. 29. 06:37

 

겨울비, 하염없이

 

강인한

 

 

초겨울인데 개나리꽃 팔랑팔랑

찬바람에 홑적삼

도망 나온 가시내 가슴처럼

베란다의 철쭉도 꽃망울을 슬쩍.

시절이 왜 이럴까

세월이 거꾸로 가는지 환장을 하였는지.

분 바른 계집애들

치마는 허벅지로 샅으로 자꾸만 올라가고,

날궂이 살인마가 날뛰는 막다른 골목

이 골목인가 저 골목인가.

담배를 개비로 팔고

술도 잔술로 팔고

독한 추억에 취한 그네

시큰한 옛 노래에 실어

내리는 겨울비, 하염없이 늙은

개는 콧등으로 쓰레기 더미를 뒤지네.

《시와 시학》2015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