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삐걱거린다
윤주희
절기는 곪아가며
새로운 무늬를 몸에 새긴다
오래된 울음이 배어나올 듯
제비꽃이 보랏빛 멍울로 피었다
세상의 모든 꽃이 상처에서 피어나듯이
한세월 어울렁 더울렁 얽히고설켜
잔생(殘生)을 퇴적하며
바람옷을 갈아입다 날개를 달겠지
시간이 삐걱거린다
혹독한 겨울을 견딘 상처마저 품어버리는
생각의 경계가
벌떼처럼 윙윙거린다
열려있는 것이 귀뿐인지
바람칼은 허공을 가른다
저녁놀이 얼큰하다
노을 끝자락이 끌리는 소리
가슴을 쓸고 가는 노을빛살……
한국문협 발간 계절문학 2014년 겨울호 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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