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의닻별

참 좋은 말/천양희

꼬맹이소나무 2012. 10. 26. 07:41

참 좋은 말

천양희

 

내 몸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혀

한 잎의 혀로

참, 좋은 말을 쓴다

 

미소를 한 600 개나 가지고 싶다는 말

네가 웃는 것으로 세상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

오늘 죽을 사람처럼 사랑하라는 말

 

내 마음에서 가장 강한 것은 슬픔

한 줄기의 슬픔으로

참, 좋은 말의 힘이 된다

 

바닥이 없다면 하늘도 없다는 말

물방울 작으나 큰 그릇 채운다는 말

짧은 노래는 후렴이 없다는 말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말

한 송이의 말로

참, 좋은 말을 꽃 피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을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란 말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는 말

옛날은 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꾸 온다는 말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11 올해의 좋은시 100선』,《아인북스 》에서

 

 

 

말이라는 것이 표현한다는 것이고 드러낸다는 것이다. 새들은 하늘을 날며 제 말을 하고, 구름은 하늘에 둥둥 떠 있어 제 말을 한다. 꽃은 향기로 말을 하고, 나무는 제 키의 높이로 말을 하거나 제 둘레의 크기로 말을 한다. 강물 또한 끊이지 않고 바닷까지 이어져 더 낮출수 없는 한계의 수평을 드러낼 때 말의 의문을 푼다. 천양희 시인의 「 참 좋은 말 」은 우리가 살며 말이 품을 수 있는 삶의 거리들을 나열하고 있다. 내 삶의 거리는 말에서 시작하여 말 속의 긴 길을 갖고 있다고 보아진다. 세상을 살며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갖는 말의 힘, 그 속에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해서는 말이 가장 큰 힘을 갖게 한다. 말에는 강한 것도 약한 것도 모두 제 부정의 힘을 갖지 않는다. 오르지 사람의 뜻으로 귀결될 뿐이다. 우리가 약한 것이나, 강한 것이나 모두 그 나름의 말을 품고 있는데 어떻게ㅔ 내 몸에 그 뜻을 새기느냐에 따라서 강한 말이 되고 약한 말이 되는가를 느낄 뿐이다.